알콜의존증

알콜의존증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알코올 의존의 문제는 사실 많은 무기력감을 불러일으키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이 높은 병이지요. 몇 년간 금주를 하던 정말 지내시던 분도 술을 한잔 입에 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걷잡을수 없이 무너져서 재발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연구결과마다 많이 다르지만 1-2년 추적조사에서 단주 성공률이 10~30%정도 밖에 되지 않는 병이 알코올 의존입니다.

술의 남용은 이미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점점 경제적으로 양극화 되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손쉽게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술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쉽게 술로 그것을 풀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사이의 관계도 술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도 술문제를 확대시키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상에서 실제로 알코올 의존환자를 만나게 되면 두 종류의 알콜 음주 패턴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부류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분들입니다. 매일 반주로 술을 마시고 자기 전에도 혼자서 술을 마시죠. 이런 경우에는 거의 술을 매일 드시기 때문에 술을 끊었을때 나타나는 금단증상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한 부류는 일정기간 금주를 하다가도 몇 일씩 강박적으로 술을 마시는 부류입니다. 이런 분들은 몇 개월간 금주를 잘 하다가도 술을 입에 대기만 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식사도 하지 않고 술을 마십니다.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하루종일 자다 깨다 술을 마시게 되는데 말 그대로 이런 상태가 되면 사람이 술을 먹는건지, 술이 사람을 먹는 건지 구별이 안되고, 그야말로 강박적이고 기계적으로 술을 먹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 대해 환자분들게 여쭤보면 술 마시는게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고 그냥 기계처럼 먹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말씀 하십니다. 이 부류에 속하는 어떤 분들은 자신이 몇 개월간 음주를 안하기 때문에 자신은 알코올 의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기도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런 주기적으로 발동이 걸리는 음주패턴을 갖는 분이 더 심각한 알코올 의존병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알코올 문제로 내원하신 분들을 만나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서 해장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지, 술을 마실 때 식사를 하지 않으면서 마시는지, 누군가와 함께 술을 먹지 않고 혼자서 밤에 술을 마시는지 물어보게 되는데 이런 문제들이 있는 경우 알코올 의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손떨림이라든가 술이 깨어날때의 불안증상등의 신체적인 금단증상들이 나타날 경우 알코올 의존을 가르키는 것은 더 명확 하겠죠.

개인적으로 알코올 문제는 정말 만만치가 않은 영혼의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임상적으로 경험한 알코올 환자분들의 경우 그래도 일을 갖고 계신 분이 일을 갖고 있지 않은 분들보다 예후가 더 좋았습니다. 매일 아침에 나갈 일이 있으시면 그래도 조절음주를 하시는 경우가 많았고, 발동이 걸리더라도 그 기간이 단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도 알코올 문제 극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까지 환자를 버리게 되면 환자는 알코올 문제를 극복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임상에서 알코올 환자분을 만나게 되면 항상 저는 발동이 걸리시더라도 그 기간을 최소화해보자고 말씀 드립니다. 발동이 걸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몸이 더 많이 망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항갈망제같은 정신과 약물도 금주를 결심한 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약물이 100% 금주를 보장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도움은 분명 되겠지만 알코올 환자 스스로 자생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자립할 수 있는 주변의 환경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알코올 의존문제가 심각한 경우, 단기적인 입원치료가 발동의 매듭을 끊고 다시 금주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재발 하실 것 같으면 차라리 자의입원을 단기간 하시도록 권유드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