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는 영어명으로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라고 합니다. 강박, 혹은 강박관념, 강박사고등으로 번역될 수 있는 obsession은 원치않는 생각이나 충동, 혹은 이미지등이 반복해서 머리에 떠올라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불안이나 고통을 야기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가장 흔한 강박사고는 뭔가가 오염되었다는 생각(예를 들면, 손) 혹은 뭔가가 똑바로 놓여있지 않다는 생각 등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경우입니다.
강박 행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compulsion은 위에서 언급한 강박사고(obsession)에 대한 반응으로 혹은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서 반복적인 행동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강박행동의 예는 더럽다는 생각에 자신의 손을 반복해서 씻는 경우라든가, 물건들이 삐뚤어 놓여있다는 생각에 물건을 똑바로 질서정연하게 놓는 경우, 혹은 문이나 가스렌지불을 수시로 체크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실제 행동은 아니지만, 머리 속으로 반복해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도 강박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행동의 순서를 숫자로 샌다든가, 목욕할 때 몸을 씻는 횟수를 세는 경우, 집에 있는 물건이나, 특정 모양을 반복해서 새는 경우, 혹은 기도를 반복해서 하거나, 똑같은 말을 조용히 반복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강박사고나 강박행동, 혹은 그 둘 모두가 나의 일상생활에 지나친 영향을 주는 경우(예를 들면 하고 싶지 않은 강박행동으로 내 하루의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 버리는 경우) 나에게 강박장애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한 강박장애의 경우 대인관계나 직장등에 크게 영향을 줘서 사회생활 자체를 어렵게 하고 환자는 집에서만 머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박장애는 기질적인 요인, 즉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큰 질환입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명이 강박장애를 갖을 경우, 나머지 한명도 80~87%정도가 강박장애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도 한명이 강박장애를 갖는 경우, 나머지 형제(혹은 자매) 역시 47~50%가량 같은 병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님이 강박장애가 없는데 내가 강박장애를 갖을 확률이 2%정도라면 부모님이 강박장애를 갖는 경우, 자식이 강박장애를 갖을 확률이 8.2%정도로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위의 애기들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강박장애는 타고나는 요소가 큰 질환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강박장애에서 주로 언급되는 뇌 회로가 있는데 그 회로는 바로 CSTC 회로입니다. CSTC회로란 우리 뇌에서 인지, 감정, 눈운동등 매우 중요한 기능에 관여하고 있는, 뇌피질(C)에서 기저핵(S), 시상(T), 다시 뇌피질(C)로 이어지는 순환형 회로를 말합니다. 강박장애에서 강박증상이 생겨나는 동안 CSTC 회로가 과도하게 과활성(hyperactive) 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며 이 순환형 회로의 과활성이 강박장애에서 보이는 반복적인 증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박장애는 정신역동적으로 억압된 충동을 방어하기 위해 나타난다고 애기합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에 대한 살해욕구나, 혹은 분노감이 무의식적으로 잠재해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그런 살해욕구나 분노감을 표현할 수 없고 방어해야 하기에 그런 충동을 지우기 위해 항상 청결에 신경쓴다는 해석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역동적 접근이 나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나를 통찰하는 데는 분명 의미있고,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으로 나의 강박 증상을 개선시키는 데는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박장애의 경우 실제 임상에서는 약물 치료를 우선 권유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강박장애의 치료제로 우울증에서 사용하는세로토닌 재흡수차단제를 많이 쓰게 되는데 우울증에서 사용하는 용량보다 고용량으로 사용해야 강박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